전기설비에서 ‘접지(接地)’는 과전압이나 누전 등으로부터 인체와 장비를 보호하기 위해 대지(Earth)와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그런데 건물 혹은 설비 내 여러 회로나 장비마다 각각 접지 방법을 달리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접지 시스템에는 다양한 구성 방식이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 이야기되는 것이 통합접지, 공통접지, 그리고 단독접지(고립접지) 등이 있습니다. 아래에서 각 방식의 개념과 특징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통합접지 (Integrated Grounding)
‘통합접지’는 말 그대로 여러 종류의 접지(예: 전력설비 접지, 통신설비 접지, 번개 보호용(피뢰) 접지 등)를 하나의 접지 전극(접지극) 또는 접지선망(그리드)으로 통합하여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건물이나 공장 같은 대규모 시설에서 여러 계통의 접지를 ‘하나의 공통 접지 지점’으로 묶어버리는 것을 의미하죠.
특징 및 장점
- 접지 전위 균등화
- 모든 설비가 동일한 접지점(접지 바) 또는 등전위 본딩을 통해 연결되어 있어, 국부적인 전위차가 생기기 어렵습니다.
- 이는 설비 간 통신장비나 회로에 발생하는 잡음을 줄이고, 정전기나 서지(Spike)에 의한 장비 오작동을 줄이는데 효과적입니다.
- 설치 및 유지보수 용이
- 접지극, 접지선 등의 물리적 구조를 일원화하므로, 시공이 간단하고 공간 활용도가 올라갑니다.
- 접지계통 유지보수가 단일화되어 관리가 용이합니다.
- 경제성
- 별도의 접지극을 여러 곳에 설치하지 않고 한 곳에서 모아서 처리하기 때문에 자재와 공사비가 상대적으로 절감됩니다.
단점 및 고려사항
- 여러 계통(전력, 통신 등)을 하나로 묶으므로, 뇌서지나 이상전류가 발생했을 때 영향이 전체 계통으로 퍼질 위험이 있습니다.
- 고주파나 노이즈에 민감한 장비가 있을 경우, 공용 접지를 타고 유입되는 잡음으로 인해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별도 대책(필터, 등전위본딩 설계 등)이 필요합니다.
2. 공통접지 (Common Grounding)
‘공통접지’는 통합접지와 유사하게, 여러 회로나 시스템이 하나의 접지점을 공유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흔히 ‘통합접지’를 ‘공통접지’와 같은 뜻으로 사용하기도 하나, 엄밀히 보면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 통합접지는 접지극 자체도 일원화하고, 모든 접지 설비를 ‘통합된 하나의 네트워크’로 구축한다는 함의를 가집니다.
- 공통접지는 ‘단일 접지점’에 물리적 혹은 전기적으로 연결된다는 개념에 좀 더 집중합니다.
즉, ‘공통접지’는 한정된 영역에서 여러 선로나 장비를 같은 버스 바(접지 바)에만 묶어두는 경우에도 말할 수 있고, ‘통합접지’는 대규모 건물이나 공장, 캠퍼스 단위에서 더 체계적으로 전체를 단일 네트워크로 연결해 관리하는 것을 강조합니다.
현실에서는 두 용어가 동일하게 쓰이거나 구분이 모호할 때가 많으므로, 각 프로젝트나 도면에서 의도하는 바를 정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3. 단독접지 (Isolated Grounding, Separate Grounding)
‘단독접지’(고립접지)는 특정 회로나 설비가 독립적인 접지전극을 별도로 가지고, 다른 접지선과 물리적으로나 전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은 채 독립적으로 접지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특징 및 장점
- 설비 간 전자파 간섭(EMI) 감소
- 예민한 계측장비나 IT장비(서버 등)에 쓰이는 방식으로, 다른 접지계통에서 들어오는 노이즈나 고주파 전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 뇌서지 영향 최소화
- 공통접지로 묶인 다른 설비로부터 오는 유도성 서지나 이상전압 영향이 덜 미치게 됩니다.
단점 및 고려사항
- 접지전위차 발생 위험
- 여러 장소에서 따로따로 접지를 만들면, 각 접지극의 땅속 저항이나 토질 특성, 주변 상황 등이 달라서 전위차가 생길 수 있습니다.
- 이 전위차로 인해 회로 간 이상전류가 흐르거나, 통신선로 등에 노이즈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시공 및 유지보수 비용 증가
- 개별 접지극을 여러 개 설치해야 하므로 공사비와 관리 포인트가 늘어납니다.
- 규정 및 코드 준수
- 전기설비 기술기준, KEC(한국전기설비규정), IEC 등의 규정에 따라 단독접지를 채택할 경우에도 건물이나 설비 전반에 걸친 안전 요구사항을 충분히 충족해야 합니다. 예컨대 누전차단기 설치 여부, 등전위본딩, SPD(서지 보호 장치) 구성 등에 유의해야 합니다.
어떤 방식을 선택해야 하는가?
- 건물 규모와 용도: 대형 건물이나 공장, 복합 설비에서는 통합접지(공통접지)를 적용해 간편하고 경제적으로 관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장비 특성: 민감한 계측장비나 의료기기, 서버 등은 노이즈 억제를 위해 단독접지를 검토하지만, 무턱대고 분산된 접지를 구성하면 오히려 전위차로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 규정과 표준: 국내외 전기설비 규정(KEC, IEC, NEC 등)을 따라야 하며, 해당 규정에서 요구하는 접지 임피던스, 접지 간 연결(등전위 본딩) 조건 등을 만족해야 합니다.
결국 **통합접지(공통접지)**와 단독접지의 장단점을 잘 고려하여, 대상 시스템의 특성과 각종 전기·통신 규격을 충족하는 방향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일반적인 상업용 건물 및 산업시설에서는 관리의 용이성과 경제성 때문에 통합(공통)접지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으며, 특수한 목적이나 장비보호가 극도로 중요한 영역(예: 첨단 연구 장비, 병원 수술실 등)에서는 일부 구역만 따로 단독접지를 설계하기도 합니다.
요약
- 통합접지(Integrated Grounding): 전력설비, 통신, 피뢰 등 모든 접지 설비를 하나의 통합된 네트워크로 구성. 관리와 전위 균등화가 뛰어나며, 대규모 시설에서 경제적.
- 공통접지(Common Grounding): 여러 회로나 장비가 **하나의 접지점(접지 바)**를 공유. 통합접지와 유사 개념으로 쓰이지만, 프로젝트마다 의미가 약간씩 다를 수 있음.
- 단독접지(Isolated Grounding): 특정 장비나 시스템이 독립적인 접지전극을 사용, 다른 접지와 전기적 연결이 없음. 노이즈에 민감한 장비를 보호할 때 유리하나, 전위차와 공사비 문제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함.
이처럼 접지 시스템을 어떻게 구성하느냐는 사용 장비의 특성, 전기·전자 간섭(EMI) 요구사항, 코드 및 표준 준수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 결정됩니다.